모럴리스하고 찌질한 수 캐릭도 좋구요

자기 전에 일단 급하게 써갈겼네요. 등장인물에게 한국인 이름 붙인 거 정말 오랜만...







최성현이 자신의 특이한 능력을 깨달은 것은 27살 때의 일이었다. 27살 생일의 바로 다음날부터 그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충동에 시달렸다. 이어폰, 핸즈프리, 종류가 무엇이건 귀에 꽂아 소리를 흘려보내는 용도의 물건을 꼭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할 것 같은 충동. 충동은 물건을 몸에서 떼놓으면 불안해지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이어폰을 지니고 있을 때면 그걸 다른 사람의 귀에 끼워보고 싶다는 충동이 자꾸만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현은 한동안 제 충동의 방향을 오해했다. 단순히 그게 자기가 듣는 음악을 나누어 듣고 싶은 욕구인 줄로만 착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대략 한 달 여의 시간을 보낸 뒤에, 성현은 알바를 하던 피시방 사장에게 이어폰 한 짝을 건넸다. 새벽 3시, 그날따라 손님이 없는 평일 야간 타임이었다. ‘이거 한번 들어보실래요?’ 하고 내민 한 짝의 이어폰. 그날의 사소한 권유가 성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이어폰을 받아 귀에 낀 사장은 그대로 굳었다. 물리적으로 굳은 것이었다. 넋이 나간 듯 멍한 눈으로 완전히 멈춰서는 태엽 풀린 인형이나 동력 끊긴 로봇을 연상케 하는 자세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성현은 거의 직감적으로 –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지 짐작키 어려운 직감이 그 순간 작용했다 – 이건 자신이 건넨 이어폰을 사장이 귀에 꽂았기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성현은 카운터의 금고를 슬쩍 가리키며 “저거 열어주실래요?” 하고 물었다. 평소 성현을 아니꼽게 보며 툭하면 면박을 주기 일쑤였던 사장은 성현의 말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금고를 열어 지폐와 동전이 들어찬 서랍을 보여주었다. 푸릇한 만 원짜리가 서른 장, 노란 오천 원 짜리도 최소 열 장은 되어 보였다. 성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거기... 지폐 만 원짜리 좀... 다 빼서 주시죠?”


미쳤냐,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성현은 사장의 외침이 주먹이 날아올까봐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지만 각오한 것 같은 일은 없었다. 사장은 만 원짜리 지폐를 착착 개어 성현에게 내밀었다. 성현은 그걸 받아든 다음, 잠깐 뒤 다시 말했다.


“저기... 오천 원짜리도. 아니 새끼야. 지갑 내놔 봐.”


그날 사장은 지갑에 있던 체크카드로 150만 원의 현금을 인출해서 성현에게 건넸다. ‘시발, 맨날 돈 없다더니.’ 5만 원 권 24장이 든 돈 봉투를 받아들면서 성현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여전히 이어폰을 낀 사장이 돈 봉투와 함께 내민 영수증에는 잔고가 3만 7천 원 남아 있었다. 잔고에 18원만 남기고 싹 긁어낼까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꾼 성현은 그건 사장에게 남겨주기로 했다. 사장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기 전 성현은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일은 다 잊어먹고. 아니 그냥 나를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넌 최성현을 몰라. 오케이?”


그게 성현의 피시방 알바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이후 성현은 며칠간 제 능력을 개시한 첫날을 곱씹으며 킬킬거렸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그 새끼 성격은 지랄 같아도 몸은 끝내줬는데.’


사장은 입도 험하고 툭하면 주먹부터 치켜 올리는 쓰레기였지만, 30대 후반에도 여자들을 꼬시고 다니는 비결은 철저한 몸관리라며 단백질 파우더를 달고 살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만큼은 훌륭했다. 얼굴은 전혀 취향이 아니었지만 등짝이나 팔뚝만큼은 자꾸 훔쳐보게 되는 그런 몸이었다.


‘이어폰 꽂은 김에 한번 자 보기나 할 걸.’


물건도 꽤나 튼실해 보였던 사장놈이 제법 훌륭한 물건으로 제 아래를 쑤셔주는 망상을 몇 번 딸감으로 써먹어 보았던 성현이다. 상상을 한 번 실현해 볼 기회였는데, 당시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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