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디자인 : 싸락눈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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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25살 생일날 갑자기 사람을 지배하는 능력을 얻은 최성현. 그는 그 능력을 오로지 돈과 몸을 탐하는 데에만 쓴다. 매일같이 꿀을 빨던 어느 날, 성현은 완벽하게 제 취향에 맞는 외모의 이원호를 발견하고 지배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현의 즐거운(?) 성생활 라이프 탐방기!

키워드 : #마인드컨트롤  #수가공을따먹  #모럴없는수


* 12월 9일 디페스타 '이기주의자' 앤솔로지에 참여하는 글입니다. 


* 초반부 발췌
전연령(?)에 해당하는 초반 부분만 공개합니다. 문체가 대략 이렇다는 정도로 봐 주세요. 최종 교정 전 원고라서 실제 앤솔로지 수록본과는 표현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성현의 발견>




  시작은 충동이었다.

  일상적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잠깐씩 끊어버리며 하루의 쉼표처럼 떠오르는 충동. 바로 그것.


***


  스물다섯 살 생일의 아침에 최성현은 미역국 한 그릇 얻어먹기는커녕 축하 메시지 한 통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한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사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분히 충동적인 결심이었다. 본인의 신세가 새삼 한탄스러웠던 것도 아닌데다 전날까지 아무 감흥 없이 하루를 마감해 놓고는, 당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갑작스레 결정을 내렸으니 충동 이외의 다른 말로는 설명되지 않을 일이었다.

  사전에 계획하지 않은 충동구매 정도야 누구나 한번쯤 저지를 법한 일이다. 특히 축하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쓸쓸한 생일날 아침이라면. 하지만 최성현의 경우가 다소 기이한 것은, 선물의 품목이 마치 누가 이미 결정해서 입력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처음부터 성현의 머릿속에 들어박혀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날 눈을 뜬 순간부터 성현이 사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어폰이었다. 귀에 꽂아 소리를 흘려보내는 용도의 바로 그것. 가격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나 반드시 귓구멍에 꽂는 형태여야만 했다.

  이미 구체적인 요구사항까지 정해져 있는 ‘이어폰 선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야만 하는 것이 되어갔는데, 아침나절 한순간의 가벼운 충동일 것만 같았던 ‘생일 선물’ 생각은 성현이 이부자리에서 기어 나와 아침밥을 차리기 시작할 즈음에는 육중하리만치 무게를 늘려, 이어폰을 손에 넣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으로까지 그를 몰아붙였다. 결국 끼니를 거르고 이어폰을 사러 부랴부랴 외출할 무렵 그의 머릿속에서는, 더욱 기이하게도 그것이 자신을 위한 ‘생일 선물’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희미해지고 그보다는 ‘이어폰을 산다’는 자체가 그날 달성해야만 하는 중요 과제가 되어 있었다. 마치 성현의 귓속에 불어넣어진 악마의 주문이 있다면 그것이 ‘생일 선물을 사라’가 아니라 ‘생일날 이어폰을 사라’였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밤 성현의 머리맡에 찾아들어 꼭두각시의 마법을 걸고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읊조린 악마, 혹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정말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최성현이 그날 아침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를 샀다는 사실이다. 모든 과정이 보여주듯 다분히 충동적으로.

  그래도 이어폰을 손에 쥔 덕분인지 성현은 그때까지 자신을 몰아온 ‘이어폰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게 소위 말하는 그 ‘시발비용’인 모양이라며 혀를 차면서, 하지만 본인이 좀 이상할 정도로 맹목적이었던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이어폰을 손에 쥠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 순간의 미묘한 찜찜함은 뇌리 한 구석으로 밀어 보내면서…….

  기묘한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다음날부터 그는 또 다른 충동에 시달렸다. 이번에 밀려온 충동은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는데, 하나는 생일날의 이어폰을 몸에 꼭 지녀야만 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 다른 하나는 손에 쥔 이어폰을 다른 사람의 귀에 끼워보고 싶다는 욕구였다. 첫 번째의 충동을 무시하고 이어폰을 버려두면 괴상할 정도로 불안해져 화장실도 다녀올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허겁지겁 이어폰을 손에 쥐면, 그 다음에는 그것을 다른 누군가의 귀에 꽂고 싶다는 두 번째 충동이 머릿속 한 구석에서 꿈틀거렸다. 그건 명백히 이상한 현상이었지만 성현은 제 상태를 알아차리기는커녕 충동의 방향조차 오해했다. 단순히 마음에 꼭 드는 물건에 대한 애착인 줄로만, 또 자기가 듣고 있는 음악을 타인과 나누어 듣고 싶은 마음인 줄로만 착각했던 것이다. 그 탓에 성현은 이어폰을 사고도 시간이 다소 지난 뒤에야 알바를 하던 피시방 사장에게 이어폰 한 짝을 건네게 되었다.

  새벽 3시, 그날따라 손님이 없는 평일 야간 타임. ‘이거 한번 들어보실래요?’ 하고 내민 한 짝의 이어폰. 그 사소하고 일상적인 권유가 성현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충동적으로 이어폰을 산 지 한 달쯤 되던 날의 일이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성현은 카운터에 앉은 사장과 사장의 귀에 꽂힌 이어폰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았다.

  사장에게 이어폰을 끼워준 것이 바로 조금 전의 일이다. 그 직후에 일어난 변화를 두 눈 뜨고 전부 보았지만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성현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한 짝을 귀에 꽂은 채로, 사장은 마치 무기질의 기계 장치처럼 굳어 있었다. 태엽 풀린 인형, 혹은 동력 끊긴 로봇. 그것이 지금 사장의 상태를 묘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일 듯싶었다.

  “사장님? 왜 그러세요? 사장님?”

  손을 눈앞에서 휘휘 저어 봐도 반응이 없다. 넋이 나간 듯 초점 없는 멍한 눈으로 전방을 응시하고만 있을 뿐. 사장의 귀에 여전히 꽂힌 이어폰에서는 성현이 들려주려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인간이 대체 왜 이러지. 상황을 이해하려 버겁게 애쓰던 성현의 등줄기로 문득 오싹 소름이 달렸다.

  이건 이어폰을 귀에 꽂았기 때문이다.

  직감에 가까운 확신, 동시에 악마가 불어넣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 성현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게 이어폰 때문이라면, 자신은? 이어폰의 주인인 자신이 사장의 귀에 그걸 꽂아주어 이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후에 또다른 무엇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사고의 흐름은 정말 일순간에 쏜살처럼 흘러갔고 과녁을 꿰뚫듯이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추었다.

  말도 안 되지만, 성현은 사장을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꼭두각시의 줄을 당겨 인형을 움직이듯이. 바로 저 이어폰 덕분에. 누가 확인해준 것도 아니건만 성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바로 지금. 그렇다면……, 해볼까?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소리가 귀를 울릴 지경이었고 질식할 것처럼 숨이 가빠 왔다. 성현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뗐다.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는 것 같았다.

  “사장님. 좀…… 일어나 보실래요?”

  평상시였다면 네가 뭔데 명령이냐, 라는 이죽거림이 돌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성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장은 온순한 로봇처럼 앉은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작은 거기까지. 성현의 명령이 없기 때문인지 사장은 더 이상의 움직임도 아무 말도 없었다.

  일어나라는 명령에 복종한 뒤에도 얌전히 서 있는 사장을 보며 성현은 심장이 숫제 쿵쾅쿵쾅 귀에서 뛰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맥박과 호흡이 어찌나 거칠어졌는지 목구멍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분명하다.

  저 이어폰이 귀에 꽂혀 있는 동안 자신은 사장에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장은 최성현의 말을 ‘잘 듣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잘.

  그 사실을 정리하자마자 성현은 사장에게 다음 명령을 내렸다.

  “저거 열어 주실래요?”

  성현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카운터의 금고가 있었다. 손님들이 피시방비를 계산하며 내민 지폐들이 그 안에 차곡차곡 들어있을 것이었다. 오늘 매상이 얼마더라. 요즘은 카드 계산이 많지만 현찰밖에 없는 초중딩들의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지폐도 만만찮게 들어오니까……. 성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며 숫자를 계산했다.

  평소 툭하면 면박을 주기 일쑤였던 사장은 이번에도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금고를 열어 지폐와 동전이 들어찬 서랍을 보여주었다. 푸릇한 만 원짜리가 서른 장, 노란 오만 원 짜리도 최소 다섯 장은 되어 보였다. 성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거기…… 지폐 만 원짜리랑 오만 원 짜리 좀…… 다 빼서 주시죠?”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려 나왔다. 이래도 되나. 괜찮은 걸까. 이 인간이 중간에 정신 차리면 나만 좆 되는 건데. 아냐, 그럴 것 같지는 않으니까……. 성현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팽팽 돌아갔다.

  다음 순간 사장의 손이 성현의 쪽으로 휙 움직였다. ‘미쳤냐,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 지금 뭐하는 거야!’ 라는 외침과 주먹이 날아 올까봐 성현은 반사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각오했던 것 같은 일은 없었다. 사장은 지폐를 개어 성현에게 내밀었을 뿐이다.

  성현은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아든 다음, 잠깐 심호흡을 하고서 다시 말했다.

  “저기, 천 원이랑 오천 원짜리도……. 아니 새끼야, 네 지갑도 내놔 봐. 아까 주머니에 넣던 거 봤어.”

  심장은 쿵쾅쿵쾅 정신없이 뛰었지만 바로 조금 전까지 벌벌 떨리던 목소리만큼은, 훨씬 안정되어 있었다.



  그날 사장은 지갑 속의 현금을 몽땅 넘겼을 뿐 아니라 체크카드로 150만 원의 현금을 인출해서 성현에게 건넸다. 물론 성현의 명령에 따른, 완벽한 타의로.

  ‘시발, 맨날 돈 없다더니. 이번 달 월급도 아직 안 준 새끼가.’

  5만 원 권 24장이 담긴 돈 봉투를 받아들면서 성현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매번 월급 때마다 자기도 정말 돈이 한 푼도 없다며, 돈이 들어와야 성현의 월급도 줄 수 있다던 게 사장놈의 흔한 레퍼토리였다. 다 적당히 구라고 핑계일 줄은 알았지만 이건 대체 뭔가? 오늘만 해도, 사장은 소개팅이 망했다며 밤 11시쯤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성현에게 이런 저런 시비를 붙이면서 새벽 3시가 되도록 피시방에서 뭉갰다. 그 사이 밀린 월급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절로 부아가 치민다.

  여전히 이어폰을 낀 사장이 돈 봉투와 함께 내민 영수증에는 통장 잔고가 3만7천600원이 남아 있었다. 빡친 김에 잔고에 1818원만 남기고 싹 긁어낼까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꾼 성현은 3만7천600원은 사장에게 남겨주기로 했다. 어차피 현금인출기에서 백 원 단위는 뽑을 수도 없는 노릇, 대신 다른 것을 챙길 생각이었다. 그동안 성현이 눈독만 들여 왔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을 말이다.

  사장은 입도 험하고 툭하면 주먹부터 치켜 올리는 쓰레기였지만 각종 단백질 보조제를 달고 살고 꾸준히 운동을 해 와서 몸만큼은 훌륭했다. 본인도 그걸 잘 알아서 자기처럼 30대 후반에도 여자들을 꼬시고 다니는 비결은 몸에 있다며 잘난 듯이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마련이었는데, 꼭 한 번씩 ‘너도 운동 좀 해라? 비실비실해서는…’ 하고 성현을 비웃어대서 매번 빈정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자랑한답시고 보여주는 등짝이나 팔뚝만큼은 자꾸 훔쳐보게 되는 맛이 있었기에 성현은 사장의 자랑 타임이 돌아오면 감탄해 주는 척하며 사장의 몸을 눈으로 핥곤 했다.

  그렇게 구석구석 눈으로 핥으며 감상한 몸매는 상당히 구미가 당겨서, 성현은 가끔 사장을 반찬 삼아 안기는 상상을 하며 밤을 위로하기도 했더랬다. 성현의 상상 속에서 사장놈은 제 입으로 자랑하던 ‘훌륭한 물건‘으로 성현의 뒤를 쑤셔주고, 성현은 짐승같이 헐떡이며 교성을 올려대다가 극한의 오르가즘을 맞이하고는 했다.

  실제로도 얼마나 좋을지, 얼굴은 다소 취향이 아니지만 사장의 몸만큼은 정말 탐이 났던 성현이다. 하지만 사장의 쓰레기 같은 인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백은 언감생심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고, 육체관계만 얘기해볼까 싶어도 남자에게 뒤를 대주는 제 성향이 밝혀졌을 때 받을 취급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서 성현은 그동안 제 성향을 꼭꼭 숨겨온 것은 물론이고 사장놈에게 실수로라도 성적인 어필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성현이 바란 것은 사장의 훌륭한 몸과 그 몸만큼 훌륭한 아랫도리 물건 덕분에 천국을 다녀오는 것이지, 인간쓰레기에게 걸레로 찍혀 험하게 강간이나 당하며 저승을 오락가락 하는 쪽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몇 번 딸감으로 써먹기만 하고 끝냈던 상상을 실현해 볼 기회였다. 아주 안전하게, 성현의 주도하에, 사장놈을 말 한마디 명령으로 부리면서. 이렇게 쾌적한 환경은 다시없을 테니 이번 기회에야말로 오랫동안 군침만 삼켰던 몸을 맛보아야 했다. 사장놈한테도 나쁠 건 없을 터였다. 대주는 건 성현 쪽이니 말이다. 사장은 여자 여럿 울렸다는 그 아랫도리의 물건을 성현의 굶주린 구멍에도 넣고 흔들면 그만이다. 잘라먹겠다는 것도 아닌데 못할 짓일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사장놈이 땡잡은 거였다. 공들여 여자를 꼬시고 데이트를 하고 호텔 잡아서 무드를 깔지 않아도 꽁씹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늘만 해도 소개팅에서 밥값만 날렸다고, 새벽 3시까지 성현에게 지랄을 하며 화풀이하던 사장놈이다. 거저 차려주는 밥상인데 감사 인사를 받아도 모자랄 판국이 아닌가.

  ……라고, 성현은 생각했다.

(후략)




* 사장은 엑스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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